세계 열기 녹이는 ‘K-아이스크림’…정체된 내수 넘어 해외로 간다
세계 열기 녹이는 ‘K-아이스크림’…정체된 내수 넘어 해외로 간다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0.08.25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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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코로나에 긴 장마로 판매 감소…해외 물량 3470만 불로 7.3% 증가
빙그레 수출액 10% 상승…메로나·붕어싸만코 등 인기
롯데제과 중국 등 지역별 전략 제품…상반기 40% 급증
롯데푸드 중화권·미주·필리핀 등 공급…올해 95억 실적

올 여름 역대급 무더위가 전망되며 특수를 고대하던 빙과업계가 내수 경기 부진으로 속앓이를 하던 중 해외수출 실적에서 희소식을 접했다. 작년 아이스크림 수출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도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이에 빙과업계는 갈수록 침체되는 내수 시장의 대안으로 해외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는다는 방침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 아이스크림 및 빙과류 수출액은 5418만2000달러(약 642억 원), 수출량은 1만6302톤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올 상반기도 수출액 3471만3000달러(약 411억7000만원)를 기록해 작년 동기 3232만7000달러(약 383억3000만원)보다 7.38% 증가했다. 하반기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 올해 역시 최대 수출액 경신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내수 경기는 침체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는 2014년 1조9564억 원 규모에서 작년 1조6749억 원 규모로 줄었고, 2024년에는 1조6608억 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보통 빙과업계의 성수기는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로 이 시기 무더위가 찾아오는 날이 적을수록 판매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인데, 특히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모임을 피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 더해 역대 최장기 장마가 이어져 아이스크림 판매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빙과 매출은 전년 대비 5% 가까이, 무더위가 극성을 부렸던 2년 전에 비해 1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각 업체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빙그레는 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 더위에 6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지만 정작 가장 성수기인 7월에 매출이 꺾인 것. 롯데제과도 지난달 아이스크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으며, 롯데푸드는 1%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빙과업계는 수출 증가세가 반갑다. 현재 국내 빙과 수출 시장은 업계 ‘톱2’인 빙그레와 롯데제과가 주도하고 있다.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해외 매출은 지난 2017년 210억 원에서 2018년 250억 원, 작년 330억 원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빙과류 수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10%가량 올랐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으로 수출되는 국내 아이스크림의 약 70%가 빙그레 제품이다.

특히 해외에선 빙그레의 메로나와 붕어싸만코의 인기가 높다. 빙그레는 ‘메로나’를 내세워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대형 유통채널인 코스트코에 입점된 메로나는 현재 미국 전역에서 팔리고 있으며, 미국에서만 연간 1300만 개 이상이 판매된다. 빙그레는 미국 내 매출 증가를 위해 2017년 7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현지에서 아이스크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워싱턴 주 밸뷰에 있는 ‘루체른 푸드’와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현지 생산에 나섰다. 이에 작년 현지에서 약 9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베트남도 빼놓을 수 없는 수출국이다. 빙그레는 2004년부터 베트남 수출을 시작, 작년에는 현지 판매 법인을 설립했다. 특히 붕어싸만코는 현지에서 팔리는 한국 아이스크림 중 인기 1위로 작년에만 약 30억 원어치가 팔려 나갔다. 아울러 현지에 한국 유통채널 롯데마트와 GS25가 많아져 접근성도 높아지면서 빙그레는 작년 약 75억 원의 현지 수출 실적을 거뒀다. 이 중 약 80%인 약 40억 원 가량이 빙과 제품 실적이다.

올해 인수를 결정한 해태아이스크림도 향후 빙그레의 해외 사업 강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업계에선 빙그레가 다년간 구축해 놓은 해외 유통망에 해태의 스테디셀러인 부라보콘·누가바·바밤바 등을 공급하는 등 중·장기 성장 동력인 해외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제과는 중국에서 ‘설레임’, 러시아 ‘더블비얀코·스크류바·죠스바’, 북미 지역에는 '월드콘·수박바‘ 등을 판매 중이다. 롯데제과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빙과 신규 거래처를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으며, 올 상반기 수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롯데푸드도 중국, 홍콩 등 중화권과 미주, 필리핀 등에 아이스크림을 수출 중이다. 롯데푸드의 해외 수출액 중 90% 이상은 분유·빙과부문에서 발생한다. 빙과는 현재 해외소재 종속회사 없이 현지 업체 판매대행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유통망 확장에 한계가 따르는 이유로 현재 수출액은 미비한 편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 상반기 빙과 등 수출 전체 매출은 95억여 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화 상태인 국내 빙과 시장을 넘어 기존 구축한 해외 유통망을 활용해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검증된 스테디셀러 제품을 수출하면 신제품 개발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면서 훨씬 수월하게 현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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