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밥돌밥 너무 힘들어”… 조리 필요없는 간편식 인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코로나 재확산에 구입 식품 변화
재택근무-원격수업 다시 늘며 마켓컬리 8월 볶음밥-떡볶이 매출↑
1차 확산 3월엔 채소류가 1위 차지
편의점도 반찬-도시락 판매 급증, 간식-야식용 간편식 소비도 껑충

“씻고 썰고 데치고 끓이고 담고…하루 두세 번씩 반복하니 매일 야근하는 것보다 더 녹초가 되더라고요. 백기투항 할 수밖에 없었어요.”

경기 성남시에 사는 노정혜 씨(35)는 재택근무를 하며 집에 머물고 있는 두 아이의 식사를 챙기는 일을 ‘전쟁’에 비유했다. 그는 “올해 3월 재택근무를 처음 할 때는 남편과 이것저것 직접 만들면서 아이들에게 먹여 봤는데 금방 지쳤다. 이번에 또 할 엄두가 안 나더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들어 다시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온라인몰 장바구니에 간편식을 쓸어 담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올 3, 4월에 이어 8월 다시 늘어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집집마다 ‘끼니 전쟁’이 또 시작됐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노 씨처럼 코로나19 1차 확산 시기에 직접 요리를 만들어 먹던 사람들이 지난달부터 이어진 2차 확산 시기에는 간편식을 선택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었다. 이른바 ‘돌밥돌밥(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의 힘듦’을 한 번 경험해본 사람들이 이번에는 가정간편식, 밀키트 등을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인 마켓컬리의 판매량 집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한 2월 말∼3월에는 각종 반찬이나 국, 찌개의 재료가 되는 채소류의 판매비중이 14%로 가장 컸다. 특히 콩나물과 애호박, 감자 등 활용도가 높은 채소류의 판매량이 많았다.

하지만 다시 확진자가 늘어난 8월 중순부터는 간편식류(16%)가 채소류(10%)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간편식 중에서도 별도의 재료 없이 데우거나 볶기만 하면 고르게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볶음밥 제품과 간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떡볶이 제품이 판매량 1, 2위를 차지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긴 장마로 채소값이 오른 탓도 있지만 코로나19 1차 확산 시기 때 ‘집콕’ 생활을 하며 끼니 준비에 지쳤던 소비자들이 보관이 편한 냉동 간편식을 미리 구비해 두려는 수요도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집 근처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에서 반찬류와 도시락 판매가 급증한 것도 끼니를 좀 더 간편하게 해결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달 16일부터 30일까지 세븐일레븐의 주택가 상권 도시락 매출은 전월보다 21% 늘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에 따르면 같은 기간 반찬류 매출이 전월보다 46% 증가했다. 특히 반찬류 매출의 36%가 가족 단위 주민이 많은 입지에서 나왔다.

식사용 외에도 아이, 어른의 간식, 야식용 간편식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달 온라인몰에서 야식류 매출이 전월 대비 641% 많아졌다. 핫도그(191%), 숯불닭꼬치(182%) 등의 판매도 급증했다. 또 마스크로 거칠어진 피부를 관리하거나 화장품을 미리 쟁여 두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3, 4월에 비해 8월 1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즉시배송 서비스인 ‘바로드림’ 주문 수가 일평균 101% 급증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다시 강화되면서 좀 더 편리한 집콕 생활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고, 이에 대비하는 소비 흐름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재택근무#간편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