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비정규직에게 더 가혹했다…52% “소득 감소”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22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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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직장인 1천명 대상으로 설문조사
비정규직 실직, 정규직 6.7배..저임금 10배 높아
직장인 10명중 9명 "정규직 늘리고 비정규 보호"
"'일자리 방역'은 실패…고용노동부 장관 나서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회사가 어렵다고 5월부터 총 3개월을 무급휴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대표가 ‘회사 경영이 어려워져 무급휴가 직원들의 복귀가 어려울 것 같다’며 코로나19 정부 지원금을 받게 도와주겠다는 등 당연히 국가로부터 받아야 할 권리를 마치 본인이 선심을 쓰듯 얘기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로 인한 실직 등 직장생활의 악영향이 비정규직과 저임금 근로자, 여성 등에게 더 강한 영향을 미쳤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불평등이 더 심화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비정규직 등의 실직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2일 직장갑질119는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에서 ‘코로나19 6개월,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공공상생연대기금의 지원을 받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5~10일 직장인(만 19~55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설문조사는 ▲코로나19에 대한 전반적 인식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상황 변화 ▲코로나19로 인한 직장생활 변화 ▲코로나19 정부 정책 평가 ▲코로나19 위기 극복 방안 등의 주제들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고, 한 두 달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새로운 표준이 만들어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불평등의 심화가 더 심각해지거나 고착화 되지 않도록 방향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6개월 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실직을 경험했다는 직장인은 12.9%였다. 이 중 정규직 4%에 비해 6.7배나 많은 비정규직 26.3%가 실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월소득 150만원 이하 저임금노동자의 실직 경험은 25.8%, 여성은 17.1%로 나타나 500만원 이상 고임금노동자 2.5%와 남성 9.8%에 비해 각각 10.3배와 1.8배 많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시간이 줄었다는 응답도 정규직은 17%인데 반해 비정규직은 41.3%로 조사됐다. 또 저임금자(46.2%)는 고임금자(16.9%)보다, 여성(34%)이 남성(21.3%)보다 일하는 시간이 줄었다.

이에 따라 월소득이 감소했다는 응답도 비정규직이 52.8%로 정규직(19.2%)에 비해 2.7배 이상 높았다. 역시 저임금노동자, 여성, 서비스직에서 줄었다는 대답이 더 많았다.

이들 노동 취약계층들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더 많이 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하지 않다’는 답변은 비정규직(43.4%)이 정규직보다 17.5% 높았다. 저임금근로자는 57.6%가 해당돼 고임금에 비해 27.9% 높았다. 여성이 54.3%, 남성 14.2%였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대해선 응답자 85.3%가 ‘잘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다만 일자리 위기와 관련해서는 63.1%가 긍정 답변을 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지향해야 할 정책과 관련해서는 90.9%가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고 비정규직을 보호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또 그 밖에 ‘원청업체의 사용자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89.6%)’, ‘마스크 등 공공재에 대한 정부 통제가 필요하다(88.7%)’는 의견에 대다수가 동의했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설문조사 결과가 생각보다 충격적이었지만, 그래도 ‘이 단체에 들어오는 사례들은 일부의 목소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통계를 보니 그렇지도 않다”며 “이쯤 되면 ‘고용노동부장관이 나서서 뭘 해야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강력한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정부가 지금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방역 대책에 실패하고 있으면 고용노동부 장관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처럼 브리핑을 하면서 현재 일자리 상태가 어떤지 끊임없이 점검하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그동안 이 사회를 지탱해왔던 것이 누구인가에 대해, 기존의 대기업 등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먹고 살게 해줬다는 생각과 관념에 대해 대대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이만큼 왔고, 누가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지 등 서로가 하고 있는 일들을 다시 한 번 전면적으로 재평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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