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완화+재난지원금 효과… 소비자심리 4개월만에 반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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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5월 소비자동향 발표

26일 오후 2시경 찾은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은 평일 오후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가게를 찾은 소비자들은 “(긴급재난)지원금 쓸 수 있냐”고 물어보며 상품을 구매했다. 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이래나 씨(59·여)는 “확실히 재난지원금이 들어오고 나서 매출이 30% 정도는 늘어났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누그러지고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소비자심리가 한 달 전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경기 상황도 개선되지 않은 만큼 추세적인 회복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한 달 전보다 6.8포인트 상승한 77.6으로 나타났다. CCSI는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100을 넘으면 낙관적, 100 미만이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올해 1월만 해도 100을 넘었던 CCSI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월부터 석 달 연속 미끄러졌다. 지난달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12월(67.7) 이후 가장 낮은 70.8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들어 반등에 성공했다.

소비자심리가 개선된 건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됐다는 인식과 함께 11일부터 신청 받은 재난지원금의 지급,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는 11일부터 18일까지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은은 “재난지원금이 지수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줬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됐고 경제 활동도 재개됐다”고 분석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5일까지 대상 가구의 94%가 신청을 마쳤다.

이에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시장,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온기가 퍼지는 모양새다. GS25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이후인 5월 13∼24일 블루투스 이어폰 등 소형가전과 보디용품 판매금액은 같은 달 1∼12일 대비 각각 142.2%, 72% 늘었다. 식료품인 국산 우육, 국산 돈육, 국산 과일 매출도 각각 87.3%, 68.4%, 48.6% 증가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같은 기간 쌀·잡곡, 세제류, 남성화장품 판매가 각각 50%, 38.6%, 23.6% 늘었다.

소비자심리가 다소 회복됐다곤 해도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머물고 있어 앞으로 계속 개선될지는 불투명하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후 처음으로 CCSI가 상승했지만 여전히 100을 한참 밑돈다. 경제 충격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어 경기 상황이 좋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가 줄어들면 내수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와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향후 1년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전망을 의미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통계가 작성된 2002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1.6%로 떨어졌다.

이건혁 gun@donga.com·김자현·조윤경 기자
#재난지원금#소비자동향#소비자심리#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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