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이마트 서울 성수점에서 한 소비자가 삼겹살을 살펴보고 있다.  이마트 제공
30일 이마트 서울 성수점에서 한 소비자가 삼겹살을 살펴보고 있다. 이마트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100일 넘게 장기화하면서 식탁 물가가 바뀌고 있다. 킹크랩 광어 전복 등 몸값 비싼 갑각류 가격은 하락한 반면, 흔한 식재료로 취급받던 돼지고기 양배추 등은 날로 오르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여파가 본격화된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물가 상승·하락세가 뚜렷했던 품목을 정리했다.

금값 된 돼지고기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수요가 늘면서 오른 품목으로 돼지고기 양배추 등이 꼽힌다. 4월 초 농촌진흥청이 소비자 9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농식품을 구입해 직접 조리해 먹는다는 응답이 83%에 달했다. 농촌진흥청은 “집에서 식사하는 횟수가 많은 가정일수록 채소 과일 소비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요동 치는 밥상물가…삼겹살·양배추↑, 우유값↓
돼지고기는 2개월 새 급격한 가격 변화를 겪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삼겹살 100g 구매가는 2월 평균 1480원이었다. 4월 현재 가격은 1950원 선이다. 5월에는 2000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도매가격도 오름세다. 2월 ㎏당 3865원(제주 제외 전국 평균)이던 돼지고기 가격은 4월 4810원으로 급등했다. 한 양돈가 대표는 “국내 여행이 늘고 집밥 수요가 증가하면서 돼지고기 소비가 많아졌다”며 “미국 도축장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수입 고기까지 줄어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제주를 제외한 지역의 돼지고기 가격이 제주산을 역전한 것도 이례적이다. 제주산 가격은 관광객 입도가 줄어들면서 같은 기간 ㎏당 4146원에서 4325원으로 소폭 올랐다.

양배추는 샐러드의 인기에 가격이 뛰었다. 저장량은 줄어들었는데 홈샐러드 수요가 늘면서 공급 감소와 수요 증가가 동시에 왔다. 2월 2980원(마트 판매 기준)이던 양배추 한 통 가격은 2000원 정도 올랐다. 서울 가락도매시장 대아청과 관계자는 “양배추는 잎채소류보다 저장성이 좋고 샐러드 찜 등으로 활용도가 높은 채소”라며 “최근 중소형 마트와 온라인몰에서 발주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연어와 바나나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생연어 100g은 2980원에서 3580원으로 올랐다. 연어 최대 수출국인 노르웨이에서 재택근무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도 줄면서 가격을 더 끌어올렸다.

달걀 소매가격도 가정 소비가 급증하며 판당(특란 30개 기준) 가격이 5400원까지 오르며 2017년 8월 이후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외식 비중 높던 수산물 가격 급감

킹크랩 가격은 드라마틱하게 떨어졌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코로나19 발생 이전 ㎏당 8만~9만원을 호가하던 킹크랩은 2월 5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킹크랩을 실은 러시아 화물선이 중국으로 입항하지 못하자 한국에 물품을 풀었다. 킹크랩 가격은 4월 현재 다소 오른 ㎏당 6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광어회 전복 등의 가격도 내렸다. 외식 수요가 절대적인 수산물로 가정에서 조리하기 어려운 품목들이다. 2월에 마트에서 3만4800원이던 광어회 450g은 두 달 만에 15% 하락해 지금은 3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광어회 소비는 줄고 양식기술이 향상돼 생산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정 가격’으로 인식될 정도로 가격 변동이 작았던 우유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묶음 판매 방식으로 할인하거나 특가 행사를 여는 식으로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초·중·고교 등교 개학 연기로 급식용 우유 소비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2.3L짜리 대용량 우유 가격은 같은 기간 5950원에서 4980원으로 떨어졌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