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홈가드닝 매장.
롯데마트 홈가드닝 매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소비 트렌드가 크게 바뀌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집과 관련한 소비가 증가한 것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자 반려동물뿐 아니라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졌다. 고가 가전제품도 많이 팔리고 있다. 안마의자, 최고급 오디오 등이다. 건강 관련 상품 판매도 급증했다.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 달라진 소비 패턴에 유통사들도 여기에 맞춰 빠르게 변하고 있다.

관상용 식물 판매 늘어

롯데마트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관상용 식물 판매를 분석했다. 관상용 식물은 모양이 예쁘고 집에 두면 분위기를 확 바꿔줄 수 있는 식물을 말한다. 과거 노인들이 정서적 안정을 위해 키우는 것으로 인식됐다. 요즘은 저변이 넓어져 20~30대 밀레니얼 세대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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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품의 지난 4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5% 늘었다. 5월에는 39.9%로 치솟았다. 원예 도구 또한 4월 25.7%, 5월 9.5% 증가했다. 화분, 화병, 조화 등 원예 관련 상품군 매출은 지난달 48.9% 늘었다.

유통사들에 따르면 최근 밀레니얼 세대는 손이 덜 가는 관상용 식물을 좋아한다. 일이나 공부를 하면서 키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이 원예 입문용으로 많이 키우는 대표적 식물은 고무나무다. 잎이 두껍고 잘 죽지 않는다. 물도 주 1~2회만 주면 된다. ‘기능성 식물’도 많이 찾는다. 아레카야자가 최근 많이 팔린 것은 뛰어난 공기정화 기능 때문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지만 손이 많이 가는 것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은 반려식물을 대안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면역력에 좋다면 인기

건강 관련 상품도 뚜렷한 판매 증가를 보인다. 해외 직구 사이트 몰테일이 지난 10일 발표한 올 상반기 직구 1위 상품에 템퍼 베개가 올랐다. 가전, 패션 등 직구 인기 상품군을 전부 제쳤다. 몰테일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면역력 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템퍼 베개가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많이 팔린 것 같다”고 했다. 독일 직구 상품 1위 오소몰 이뮨 비타민이 많이 팔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제품은 ‘비타민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며 최근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템퍼 베개처럼 면역력이 이슈가 되면서 판매가 급증했다.

가전도 건강 관련 상품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 상반기 헬스케어 가전의 매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02.1%에 달했다. 전체 가전 판매 증가율(14.3%)을 크게 웃돌았다. 헬스케어 가전은 안마의자, 의료가전, 운동기기, 두피 마사지기 등을 말한다.

고가 가전 ‘보복소비’

고가 가전은 코로나19 이후 주목받는 영역이다. CJ오쇼핑 관계자는 “고급 가전 수요가 커져 관련 상품 편성을 최근 두 배 넘게 늘렸다”고 말했다. 이 홈쇼핑 채널은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방송을 올 들어 6월까지 40번 넘게 내보냈다. 작년 연간 편성 횟수를 웃돈다. 같은 기간 300만원이 넘는 고급 에어컨 방송 또한 30번을 넘겼다. 작년에는 16회밖에 안 내보냈다.

CJ오쇼핑은 22일에도 초고가인 루악오디오 방송을 계획 중이다. 루악오디오는 아날로그 앰프를 쓴 초고가 가전이다. 대표 상품(모델명 R7 mk3) 가격이 500만원에 달한다.

가전 양판점 쪽도 비슷한 상황이다. 증권가에선 롯데하이마트의 올 2분기 매출, 영업이익이 8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배경에 고가 가전이 있다고 분석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 등 대부분 유통 채널 실적이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두드러진 실적 증가세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해외여행을 못 떠난 사람들이 ‘보복소비’의 한 형태로 고가 가전 구매를 늘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